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방송작가의 세계

[작가의 세계 4화] 첫 방송데뷔날 방송 사고를 내다

참 다사다난한 인생ㅋㅋ

작가생활을 시작한 지니스떼의 험난했던 작가초년병 스토리입니다. 


처음 작가가 된 지니스떼의 첫 녹화날. 


수많은 방송 스텝에 놀라고 

수많은 방송 장비에 놀라고 

수많은 연예인에 놀라고

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사실 주목받는 것에 익숙했던 제가 

투명인간이 된 듯 한것에 가장 놀랐습니다. 


뉴페이스! 저 뉴페이스인데, 저 혹시 여러분 잘 안보이시는 건가요? 




묻고 싶었을 정도. 

사람들은 모두 바쁘게 제 앞을 슝슝 지나갔고, 전 뭘 해야 모른채. 

조용히 숨어 있는게 제 일인 것 같아서 

있지 못할 곳에 온 불청객처럼 전 멀뚱멀뚱 녹화장 안에 있었죠. 


그리고, 


스튜디오 문 앞에 on air 불이 켜지고 생방 시작. 

" 네! 안녕하세요! 서경석입니다! 풍성한 한가위! 

여러분 맛있는것 많이 드시고 계시나요? "  

그들만 화기애애해 보였던 방송 생방 녹화는 시작되었고, 


생방 시작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출연자의 매니저가 다급히 저에게 다가왔습니다. 


속으로 저는 '오지마, 오지마. 난 아무것도 몰라.. 제발 저리가.. ' 주문을 걸었지만, 

그는 저에게 직진했습니다. 


" 저기 작가님! " 

ㅠㅠ

자신의 연예인이 물이 없으면 절대 안되는 스타일이라고 

미안하지만 지금 빨리 이 물을 전달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. 


전 작가 선배한테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물어봤죠. 

선배는 귀찮다는 듯 지금 카메라에 걸리지 않으니 들어가서 주라고 했습니다. 

당당히 세트로 다가가 물을 전달합니다. 


무언가 잘못된 일을 내가 벌였음을.. 1초 뒤에 알게 됐죠. 

 " 저 미친 x 누구야?! " 하는 소리가 제게 들려왔고, 전 방송사고를 냈습니다. 



'미친 x' 

그게 저였어요. 


나는 멍청이.

세상 물정모르는 멍청이가.. 

방송 첫 데뷔날 출연자도 아닌 주제에 방송에 나오는 실수를 저지른거죠. 


속으로 선배를 탓했지만, 그 선배는 나몰라라.. 같이 

'미친x' 라는 표정으로 절 바라보더군요. 


나중에 생각해보니, 선배는 그런 의도는 아니었던 것같아요. 그정도로 방송을 모를줄 몰랐던 거겠죠. 


어쨌든 호된 방송 신고식. 

이 작가의 세계 .. 보통 세계는 아니구나. 아무도 믿지 못하겠구나 

강해지기로 했습니다. 


그 이후 전 세상 눈치없는 막내 작가로 낙인찍히게 됩니다.